지하철에서 내려 잠실역 개찰구를 빠져나오자마자 눅눅한 장마 습기가 훅 끼쳤다. 그런데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지하 2층 문을 여는 순간, 공기부터 달라졌다.
어둠 속에서 물결처럼 흔들리는 빛, 그 사이를 유영하는 작은 담수어 떼. "여기가 진짜 서울 맞아?" 싶은 공간이 7월 16일, '아쿠아 갤러리: 물빛정원'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디지털 노마드로 전 세계 수족관과 미디어아트 전시를 꽤 돌아다녀 봤지만, 한국 전통미를 이렇게 은은하게 녹여낸 곳은 오랜만이라 오픈 소식을 듣자마자 짐을 챙겨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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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지하 2층 해파리존이 '물빛정원'으로 변신한 사연
원래 이 자리는 해파리들이 둥둥 떠다니던 '해파리 존'이었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이 이 공간을 통째로 리뉴얼해서 내놓은 게 바로 '아쿠아 갤러리: 물빛정원'이다.
단순히 수조를 새로 들인 정도가 아니라, 한국 고유의 아름다움과 K-아트를 현대적인 미디어 조명 연출로 재해석했다는 점이 핵심이다.
세계문화유산인 종묘, 조선시대 민화 같은 전통 미학을 물과 빛이라는 매개로 풀어냈다는 기획 의도를 들었을 때, "그게 수족관이랑 무슨 상관이지?" 싶었는데 직접 걸어보니 이해가 됐다.
물이라는 소재 자체가 한국의 정원, 민화, 건축에서 오랫동안 다뤄져 온 상징이었고, 그 위에 담수어와 조명을 얹어 완전히 새로운 감각적 경험을 만들어낸 것이다.
② 문을 여는 순간 시작되는 몰입, 암전 조명과 담수어 3,800마리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조명이 거의 없다시피 한 암전에 가까운 어둠이 반긴다.
처음엔 "어, 안내 데스크가 어디지" 싶을 정도로 캄캄한데, 눈이 적응하고 나면 그 어둠이 왜 필요했는지 바로 알게 된다.
다양한 형태의 수조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감각적인 조명 효과가 훨씬 선명하게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 안을 채운 건 3,800여 마리의 소형 담수어. 크기는 작아도 무리 지어 움직이는 모습이 마치 빛으로 그린 붓질 같았다.
조명 색이 파랑에서 보라, 다시 청록으로 서서히 바뀔 때마다 물속 풍경 전체의 분위기가 달라지는 게 이 공간의 진짜 매력이다. 사진보다 영상으로 남기고 싶어지는 순간이 계속 이어진다.
③ 종묘부터 책가도까지, 공간마다 스며든 한국의 미학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사실 물고기보다 '이야기 구성'이었다. 각 구역을 지날 때마다 한국 전통 건축과 회화, 공예에서 영감을 받은 테마가 이어진다.
세계문화유산인 종묘의 고요한 회랑 같은 느낌을 주는 구간, 조선 왕실 그림인 일월오봉도의 해와 달, 다섯 봉우리 모티프를 물빛으로 재해석한 구간, 선비들의 서재를 그린 민화 책가도에서 따온 듯한 정갈한 진열 구간까지 — 걷는 동선 자체가 마치 한 편의 전통 회화 두루마리를 펼쳐보는 느낌이었다.
이런 요소들이 부담스럽게 '전통' 티를 내지 않고, 조명과 물의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서 아는 만큼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공간이다. 미리 종묘나 일월오봉도, 책가도가 뭔지 살짝 검색해보고 가면 몰입도가 확 달라진다.
④ 인스타그래머블 포토존, 어디서 어떻게 찍어야 할까
솔직히 말하면 이 공간은 '보러' 간다기보다 '찍으러' 간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른다.
곳곳에 인스타그래머블한 포토존이 배치되어 있는데, 특히 조명이 바닥까지 반사되는 구간에서는 삼각대 없이 스마트폰만 들어도 그럴듯한 사진이 나온다.
팁을 하나 주자면, 조명이 밝은 색으로 바뀌는 순간(대략 몇 초 간격으로 색이 순환된다)을 기다렸다가 셔터를 누르는 게 훨씬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준다.
인물 사진을 찍을 땐 정면보다 살짝 측면 실루엣으로 찍는 편이 어두운 배경과 대비되어 분위기가 더 잘 산다. 담수어 무리가 프레임 안으로 지나가는 타이밍을 노려보는 것도 추천한다.
| (창작이미지) |
⑤ 방문 전 알아두면 좋은 실전 정보
'아쿠아 갤러리: 물빛정원'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지하 2층에 자리하고 있으며, 2026년 7월 16일 정식 오픈했다.
기존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입장권으로 함께 관람할 수 있는 상설 전시 공간으로 리뉴얼된 것이라, 별도 예매 없이 아쿠아리움 티켓만 있으면 자연스럽게 동선에 포함된다.
체험형 상품과 시그니처 음료도 함께 준비되어 있다고 하니, 관람 후 잠깐 앉아 쉬어가기에도 좋다. 개인적인 팁을 덧붙이자면, 평일 오픈 직후나 폐장 두 시간 전쯤 방문하면 사람이 상대적으로 적어 여유롭게 사진을 남길 수 있다.
어두운 공간이니 플래시는 꺼두는 걸 추천하고, 조명이 바닥까지 반사되는 구간은 바닥이 미끄러울 수 있어 운동화를 신고 가는 게 안전하다.
여행 루트를 짜는 사람이라면 롯데월드타워 전망대나 석촌호수 산책과 묶어서 반나절 코스로 계획해도 좋다. 실내 공간이라 장마철이나 폭염, 한파에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전통과 미디어아트, 그리고 살아있는 담수어가 한 공간에서 이렇게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곳은 흔치 않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근처를 지날 일이 있다면, '물빛정원'만 보러 잠깐 들르는 것도 충분히 값어치 있는 선택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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